높이가 104.8㎝, 입지름이 67.2㎝로 고려 후기 동종들 가운데 가장 종인 큰 내소사 동종이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지 60여 년 만에 국보로 승격됐다. 부안 내소사 동종은 통일신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고려의 특징이 잘 드러난 대표작이자, 기준작으로 꼽힌다.
(내소사 동종, 사진제공 = 문화재청)
종 아랫부분과 윗부분에는 덩굴무늬 띠를 둘렀고, 어깨 부분에는 연꽃 문양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꼭대기의 용 모양 걸이(용뉴)는 입을 쩍 벌린 모습이 역동적이다. 특히 몸체에는 부처가 설법할 때 그 주변에서 부처의 공덕을 찬탄하는 존재인 천인상(天人像) 대신 삼존상(三尊像)을 배치해 장식성과 조형성도 더했다. 삼존상은 불교에서 받들어 모셔야 할 세 분의 존귀한 사람 즉, 부처와 양옆에 두 보살을 나란히 새긴 조각상을 뜻한다.
(용뉴부분, 사진제공=문화재청)
종을 만든 내력이 적힌 주종기에 따르면 도인 허백과 종익의 주관 아래 장인 한중서가 700근(420㎏) 무게로 동종을 1222년 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종은 본래 부안 청림사에 봉안됐다가 청림사 폐사 후 땅속에 파묻혀 있던 것을 농부가 발견해 철종 때인 1850년 내소사로 옮겨졌다. 이 내용을 적은 이안기도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이 동종을 제작한 한중서는 13세기 전반부터 중엽까지 활동한 장인으로 민간 기술자인 사장(私匠)에서 시작해 대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관청 소속의 관장(官匠)이 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그는 38년간 고령사 청동북(1213년), 복천사 청동북(1238년), 신룡사명 소종(1238년), 옥천사 청동북(1252년) 등 여러 작품을 남긴 것으로 확인된다.
문화재청은 "범종의 제작 기술과 기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며 "봉안처, 발원자, 제작 장인 등의 내력을 정확히 알 수 있어 학술 가치가 뛰어나다"며 국보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