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가 체감온도 50도를 웃도는 사상 최악의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일 방콕의 수은주가 40도 가까이 치솟았다. 방콕=AFP 연합뉴스)
태국에서는 1일 26개 지역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섰다. 북부 람팡 지역은 최고 44.2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수도 방콕 기온은 40.1도를 기록했다. 태국 기상청은 "습도를 고려한 방콕 체감온도는 52도"라며 '매우 위험' 수준의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연일 4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 환자와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올해만 열사병 관련 사망자가 30명이나 나왔다. 지난해 1년간 폭염 사망자가 37명이었는데 4개월 사이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태국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선 지난 달 30일, 휘어진 철도를 얼음과 물로 식히는 인부들. 태국 국영 철도 제공)
폭염에 철로가 휘고 도로포장이 녹기도 했다. 태국 국영철도는 1일 남부 나콘시탐마라트주(州)에서 선로가 변형되고 레일을 받치는 철로 침목이 고열로 부풀었다고 전했다. 철로는 통상 55도를 넘어가면 휘어질 위험이 커진다.
필리핀은 지난달 말 체감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발생한 뒤 공립학교 4만7,000여 곳의 대면 수업을 중단했다. 필리핀에서는 체감온도 42도 이상을 '위험' 수준으로 본다.
미얀마 캄보디아도 기온이 45도 안팎으로 치솟으며 종전 폭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찬 유타 캄보디아 수자원기상부 대변인은 1일 AP통신 인터뷰에서 “1854년 이후 170년 만에 가장 뜨거운 날씨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얀마 기상청도 “중부 마그웨이 온도가 48.2도를 기록했다”며 “관측이 시작된 이후 56년 만의 최고 기온”이라고 밝혔다.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섭씨 40도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0년 평균 기온보다 5도가량 높은 수준이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경우 기온과 습도가 각각 42도, 73%까지 오르면서 전국의 초중고, 대학이 문을 닫았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 통상 5월이 1년 중 가장 덥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고온 현상이 계속된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세계 이상기후를 연구하는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아시아 전역에서 수천 개의 기온 기록이 잔혹하게 훼손(경신)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기후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킴 우드 미국 애리조나대 기상학 교수는 “장기간에 걸친 강렬한 폭염의 원인은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바다”라며 “북인도양의 기온이 사상 최고로 오르며 (아시아) 대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19일 올해 전 세계 폭염이 신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며 ‘적색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일상이 된 불볕더위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다.
태국 유명 기상학자 세이리 수프라티드 랑싯대 기후변화·재난 센터장은 3일 페이스북에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최소 섭씨 2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기후변화협약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2084년쯤에는 수코타이, 피칫 등 태국 북부 지역 기온이 평균 50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