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메뉴'는 외딴 섬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의 손님들이 셰프의 계획대로 위험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뮤즈 부슈'(amuse bouche·식사 전 먼저 제공되는 한 입 거리 음식)부터 마지막 디저트까지 각 코스가 하나의 챕터로 기능하도록 구성된 이 작품은 음식에 대한 영화이자 잘 짜인 한 편의 스릴러다. 슬로윅의 계획에는 현대 사회의 계급에 대한 은유가 녹아 있어 풍자극 같은 재미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이 영화의 긴장감은 마고와 슬로윅의 심리전에서 기인한다.
1인당 1천250달러(약 170만원). 초대받은 단 12명의 손님만이 외딴 섬에서의 만찬을 즐길 수 있다.
호손 레스토랑에 방문한 마고(애니아 테일러 조이 분)는 섬에 도착한 순간부터 불편함을 느낀다.
동행을 요청한 타일러(니컬러스 홀트)는 미각 세포가 죽는다며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예약자 명단에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낯선 사람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셰프 슬로윅(레이프 파인스 분)은 마고의 존재가 거슬린다. 모든 요리에 철학을 담아 요리가 아닌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왔던 그는 완벽한 자신의 계획이 예상치 못한 손님의 등장으로 망가졌다고 여긴다.
마고는 요리가 "심연의 경계에 있는 예술"이라 말하는 미식가 타일러나 요리 비평가 릴리언(재닛 맥티어)처럼 음식에 일가견이 있지도 않고 영화배우(존 레귀자모)나 브라이스(롭 양)와 친구들처럼 명성과 부를 갖추지도 못했다.
호손 레스토랑에서 손님도 셰프도 아닌 제3자로 존재하는 그는 코스가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홀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셰프 슬로윅은 마고가 다른 손님들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 경계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퀸스 갬빗'으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애니아 테일러 조이와 '쉰들러 리스트', '잉글리시 페이션트', '해리포터' 시리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더 디그' 등에서 빼어난 연기력을 자랑했던 랠프 파인스는 인물들의 미묘한 두뇌 싸움을 날카롭게 표현해냈다.
미국 HBO 드라마 '석세션' 3개 시즌의 총괄 프로듀서로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에서 작품상을 받은 마크 밀로드 감독은 세련된 연출로 작품성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