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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2법의 폭탄, 서울 월세 대란 시작되나?

  • 김정규 기자
  • 등록 2024-07-04 17: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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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값 급등에 월세마저 폭등, 서민 주거비 부담 가중
  • 임대료 4년치 한꺼번에 인상, 서울 임차인들 곡소리


  서울의 전셋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월세 가격도 오르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지수는 전월 대비 0.27% 상승해 102.2를 기록했다. 이는 12개월 연속 상승세로, 서울의 모든 자치구에서 월세 가격이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5억 4087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00만 원 이상 올랐다. 


  특히, 서울 일부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월 1000만 원 이상의 월세 계약이 급증하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지난 3월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2500만 원에 거래됐고,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 전용 233㎡는 지난 1월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2500만 원으로 계약됐다.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에서도 올해 5월까지 전용면적 84㎡ 임대차 계약 중 26건이 모두 월세를 포함해 체결되었다. 


  월세의 인기가 늘어나자 매물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2만 건에 달하던 서울의 월세 매물이 지난 2일 기준으로 1만 5810건까지 감소했다. 이는 6개월 만에 25% 이상 감소한 수치다. 


  문제는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 감소로 인해 임대차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전국 아파트 착공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3만 7793 가구에 그쳤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1년 이후 역대 1분기 중 두 번째로 작은 규모다. 전세 가격 상승에 따라 월세 가격도 함께 오르면서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단기간에 이를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 모 씨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반전세로 돌려야 한다고 통보받았다. 빌라 전세보증보험 한도가 축소돼 보증금을 줄여야 하니 그 차이만큼 월세를 내라는 것이다. 이 씨는 “돈 아끼려고 전세 사는데 월세까지 더해지면 생활이 힘들다”며 이사를 결심했다. 그런데 서울에서 전세 시세가 낮은 화곡동 쪽을 둘러보니 원룸(전용 33㎡ 이하) 1억 원대 전세 매물은 찾기 어려웠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나 반전세가 늘었고, 보증보험이 다 되는 전세는 거의 없다”라고 했다. 이 씨는 “서울살이를 포기하고 싶다”라고 토로했다. 


  전세사기의 여파로 빌라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1인 가구 주거비 부담이 치솟고 있다. 정부가 매매가와 전세가가 차이가 안 나는 ‘깡통전세’를 막겠다며 전세보증보험 기준을 축소했는데 그 여파로 기존 전세 매물이 반전세나 월세로 바뀌며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주로 1억 원대 1인 가구가 많이 찾는 ‘저가’ 금액에 몰려 1인 가구에 직격탄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이 높은 전세를 계약하든가, 아니면 월세로 살 상황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10년째 공인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박 모 씨는 “괜찮은 전세매물은 1억 원대는 없다. 보증금 1억 원대로는 월세를 조금이라도 내거나(반전세) 반지하 주택이다. 보증보험 되는 전세 원룸은 2억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라고 했다. 저가 전세가 급감한 이유는 전세보증보험 한도 축소가 꼽힌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전세금이 공시가격의 150% 이하이면 보증보험을 발급해 주던 것을 126%로 강화했다. 매매가 안 돼 시세가 낮게 잡히는 빌라는 공시가가 낮은데 이 기준에서도 150%에서 126%로 축소하니 기존 전세시세로는 보증 한도가 초과한다. 이에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로 전환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전세 매물이 줄다 보니, 보증보험이 가입되는 전세 매물이 더욱 ‘귀해졌다’는 게 공인중개사들 전언이다.

 

  보증보험이 가입되는 전세 매물은 주로 신축 연립·다가구·다세대다. 실사용 가치가 높은 신축 빌라는 구축 빌라보다 매매 거래가 활발해 같은 입지라도 공시가가 높은 편이다. 즉 전세보증보험 한도가 구축 빌라보다 높다. 화곡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구축 빌라 집주인들은 반전세나 월세가 많다. 보증보험 되더라도 반전세는 월세가 들어 임차인들이 부담스러워한다. 온전히 보증보험 되는 전세 원룸을 구하다 보니 보증금 2억 원대 이상만 거래된다”라고 했다. 


  빌라 전세 시장이 무너지면서 월세 시장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 앱 다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원룸 월세 거래량은 전체 전월세 거래량의 56%로 최근 10년간 가장 높았다. 3년 전만 해도 34%였는데 전세사기 여파로 2022년 42%, 지난해 52%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원룸 월세도 오름세다.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빌라)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원룸(전용 33㎡ 이하)의 평균 월세는 72만 8000원이다. 2년 전에는 58만 원이었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1인 가구는 2년 사이 매월 14만 원 이상을 주거비로 더 써야 한다는 얘기다. 


  임대차 2 법의 영향으로 4년 동안 임대료 상승폭이 제한되면서 많은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한꺼번에 인상하려는 경향도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2020년 7월에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것이었지만, 임대인들은 이를 통해 임대료를 시세만큼 올리지 못하면서 만기 시점에 한꺼번에 임대료를 인상하려 하고 있다. 이는 임차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 씨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4년 동안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이제 집주인이 4년 치 임대료 인상을 한꺼번에 요구해 생활이 더욱 어려워졌다”라고 호소했다. 


  전국비아파트 총 연맹 관계자는 “아무도 사려하지 않는 구축 빌라는 매매가가 낮게 잡혀 ‘공시가 126%’ 기준 전세가는 시세를 왜곡하게 된다. 그 부작용으로 전세 실종, 월세 상승이 나타나고 결국 서민들 주거비만 올라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주택 공급 부족 상황과 맞물린 상태에서 임대차 2 법을 갑자기 폐지하는 것도 임대차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당장 폐지보다는 제도 보완과 임차인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공급 활성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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