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국민들의 '백지 시위'에 백기를 들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7일(현지시간) ‘위드 코로나’ 내용을 담은 ‘10가지 방역 추가 최적화 조치에 대한 통지’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상시적 전수 핵산검사(PCR) 중단, 타지역 여행 때 PCR 음성 증명 의무 폐지, 코로나19 감염자 재택치료 허용 등 3년간 고수해온 제로 코로나의 핵심 시책을 철회했다. PCR 검사 범위를 좁히고 빈도도 줄이며, 필요에 따라 항원검사를 하기로 했다. 그간 중국은 감염자를 걸러내고자 특정 도시나 구 주민 전체를 상대로 1~3일에 한 번씩 상시로 PCR 검사를 받도록 했는데 이를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다. 백지 시위의 도화선이 된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참사를 의식, 소방통로나 아파트 출입구 등을 봉쇄하는 것도 엄금했다. 노인 백신접종률을 높이고, 확진자가 없는 학교는 정상적 대면수업을 하며, 식당 경기장 도서관 등도 정상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이번 10개 조처는 지난달 11일 중국 정부가 ‘정밀 방역’을 강조하는 방역 최적화 20개 지침을 발표한 이후 지방정부가 각각 내놓은 방역완화 조치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모아 재발표한 것이다. 백지 시위로 3년간 지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극단적으로 표출되자 정부가 위드 코로나로 출구전략을 가동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중국 누리꾼은 “홀로 외길을 걷던 중국이 제로 코로나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조류에 합류했다” “3년간의 고난이 마침내 끝났다” “방역의 출구가 열렸다”며 반겼다. 관변 언론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도 이날 웨이보에 “중국이 코로나19의 어두운 안개 속에서 벗어나는 결정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방역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썼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방역 해제를 즐기려는 시민으로 북적였고, 일부 지방정부는 내년 춘제(중국 설)를 고향에서 지내라고 권하고 나섰다. 춘제 1~5일 전 운항하는 항공기 검색은 최근 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달 24일 10명이 사망한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참사가 발생했는데, 지난 8월부터 이어진 제로 코로나를 위한 봉쇄 탓에 제때 진화되지 못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음 날 우루무치에서 시작,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곳곳으로 항의 시위가 번졌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는 구호까지 등장했고, 중국 정부의 폭력 진압 논란이 일면서 사태가 ‘제2의 톈안먼’로 번지는 게 아니냐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웠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폐기라는 방역완화 조처로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