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시대 미츠코시백화점 식당에서는 어떤 음식을 팔았고 가격은 얼마였을까? 조선호텔 코스요리의 메뉴는 어떻게 구성되었고 맛은 어땠을까? 선술집에서는 지금으로 따지면 1,500원 정도 되는 값에 어떻게 막걸리 한 사발에 구이 한 종류를 팔 수 있었을까?
이숲에서 펴낸 <식민지의 식탁>을 보면 정답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제기하는 질문은 이러한 것들이다. 시시콜콜하게 느껴지지도 하지만 그만큼 흥미롭기도 하다. 식민지시대 음식에 대한 책의 궁금증은 위의 질문에 한정되는 것만도 아니다. 저자는 샌드위치, 라이스카레, 런치, 소바 등 식민지시대에 처음 등장했던 음식에 주목하거나 낙랑파라, 경성역 티룸, 명치제과의 메뉴판을 넘겨보기도 한다. 한편으로 비웃, 지짐이, 장국밥, 송이와 같이 식민지라는 굴레와 맞물려 식탁의 한편으로 밀려나야 했던 음식들에도 눈길을 둔다.
문학연구자답게 소설 속 음식에 주목한다. 참고한 소설들은 이광수의 <무정>, 염상섭의 <만세전>, 이상의 <날개>, 심훈의 <상록수>,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등 대표적인 한국소설이다. 이들 소설의 도움에 힘입어 거칠게나마 음식점의 풍경이나 메뉴, 또 계산하는 모습을 눈앞에 그려볼 수 있다.
“일본 국숫집에서는 배달도 했다. 『삼대』에는 경애가 곤욕을 치른 병화와 필순 모자에게 소바를 배달시켜 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또 연작소설 『황원행』에는 형사 과장 면후가 애라를 연행해 취조하는데, 철호의 행방을 묻던 면후는 식사 시간이 되자 애라에게 ‘덴푸라소바’를 시켜준다. 또 장혁주의 『삼곡선』에도 종택이가 전화로 일본 국숫집에 배달을 시키려니 필수가 자기는 우동이나 먹을 사람이 아니라고 화를 내는 모습이 나온다.”
저자는 소설에 등장한 식탁에 주목하는 작업이 식민지 조선이라는 퍼즐 혹은 모자이크의 한 조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그 조각들을 하나씩 집적해 나갈 때 근대 혹은 그것을 이루었던 삶의 온전한 모습 역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책에는 구하기 힘든 옛 이미지 자료가 풍부하다. 소설이 연재될 때 실렸던 삽화, 아지노모도, 라이스카레 등의 신문 광고, 식민지시대 메뉴판 등의 이미지들은 1920, 30년대 음식과 음식점을 그려보는 데 도움을 준다. 식민지시대를 시각적으로 재현한 이미지 자료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음식이나 음식점의 형태뿐 아니라 식문화 전반을 밝히는 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