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런치(NewsBrunch)=배나영 ]
스타벅스 가격 보면, 그 나라 화폐가치가 보인다
지난 3·1절에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 예약률이 90%를 넘었다고 하는데 그걸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여행지를 결정하는 데는 민족 감정보다 경제적 고려가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같은 돈이라도 어느 나라에서 쓰느냐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 상품과 즐길 수 있는 서비스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해외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한국에선 얼마인지를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 고민에는 각 나라의 통화 간 교환 비율, 즉 환율이 결정되는 원리와 적정 환율 수준을 추정해 볼 수 있는 원리가 담겨 있다. 구매력평가설이라고 하는 환율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이론이 그것이다.
구매력평가설은 영어로 ‘purchasing power parity’라고 한다. PPP라는 줄임말로 많이 쓴다. 보통 구매력평가설로 번역하지만 원어의 의미를 살려 ‘구매력 동등성’이라고 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
구매력평가설의 기본 가정은 같은 금액의 돈은 어느 나라에서든 ‘동등한 구매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스타벅스 카페라테가 5000원이라면, 미국 스타벅스 라테의 원화 환산 가격은 5000원이어야 한다.
이런 가정에 따라 ‘적정 환율’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만약 스타벅스 라테가 한국에서 5000원, 미국에서 5달러라면 적정 원·달러 환율은 1000원이다. 구매력평가설에 따라 환율을 계산하는 공식은 e=P/Pf로 나타낸다. 여기서 e는 명목 환율, P는 자국 물가, Pf는 외국 물가다.
구매력평가설에 입각해 각국의 물가 수준을 비교한 지표로 유명한 것이 스타벅스 지수다. 각 나라의 스타벅스 톨 사이즈 라테 가격을 달러로 환산했다. 데이터 분석 기업인 비주얼 캐피털리스트에 따르면 한국의 스타벅스 지수는 4.11달러다. 본고장 미국(3.26달러)보다 비싸다. 원화 가치가 달러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많은 경제학자는 구매력평가설로 장기적인 환율 변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