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피로로 심신의 에너지가 떨어질 때 먹는 초콜릿 한 조각,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마시는 커피 한잔, 바쁜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는 사과 주스나 바나나 주스 등을 보면 이제 먹거리는 인류의 생존을 넘어 일상의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현대인의 ‘소확행’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머지않아 사라진다면? 초콜릿이 사라지고, 해산물이 사라지고, 과일과 커피, 곡식 등 우리가 사랑하는 음식들이 사라진다면?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규모 면에서나 다양성 면에서 풍부한 먹거리가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심지어 24시간 아무 때고 이 음식들을 집 안에서 편히 받아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먹거리의 위기는 마치 먼 나라 남의 이야기 같다. 하지만 과연 먼 이야기일까?
《내일은 못 먹을지도 몰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 책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13가지 먹거리의 기원과 상징적·사회적 중요성, 영양가 및 최초 인류가 길들인 방법, 현재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유에 이르기까지 먹거리와 관련된 내용들을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에 소개한 13가지 먹거리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특히 몇 가지(모두 포함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음식이다.
먹거리를 보존하는 문제는 현대 사회의 어떤 특이한 인구학적 문제가 아닌 지금 당장 우리가 나서서 지켜야 할 모두의 숙제가 되었다. 이 책이 먹거리를 바라보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작은 실천에 동참할 수 있는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최근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는 기후변화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전 세계가 다양한 대응 전략들을 속속 내놓고 있는 것도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에 더는 행동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 한국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첫걸음으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그에 따른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 역시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들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면서 2050년까지 지구촌이 ‘탄소 제로’를 만들지 않으면 팬데믹보다 더 큰 피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실제로 기후변화가 가져올 나비효과는 어마어마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파급력이 크고 시급한 문제가 바로 우리 삶과 직결된 먹거리 위기다. 이 책에서는 가리비의 수확량이 2050년에 50% 정도로 줄어들고, 미국의 연어 세 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땅콩의 생산량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먹거리들의 위기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먹거리 감소는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식품의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듀머스 교수는 “기후변화는 우리 인류가 향후 수십 년 이내에 마주할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며, 지구 온도가 단 몇 도만 올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 생물체는 없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그동안의 위협은 견딜 만한 수준이었으나,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이러한 상황을 더는 감당해내지 못할 거라고 우려하며 이 위기를 극복할 방안들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자기가 구입한 물건에 책임을 지는 자세라든가(이 물건이 언제든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회사의 물건을 사지 않는 행동(불매운동), 기후변화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노력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오늘 우리의 행동이 어떻게 가정을, 학교를, 지역을, 기업을, 전 지구를 동참시키고, 나아가 내일도 우리의 식탁에서 이 맛있는 먹거리들을 계속 맛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