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은 각자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는 일
사람들은 이 세상이 사람의 마음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곤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벌레나 곤충을 잡을 수도 있고 심하면 생명도 빼앗을 수 있고 개나 고양이뿐 아니라 새도 살 수 있다. 돈을 주고 샀으니 정말 사람의 마음대로 다할 수 있는 걸까? 절대 그렇지 않다.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생명은 모두 각자 나름의 삶의 방식이 있다. 그렇기에 다른 생명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고 무조건 책임지고 간섭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아이 돌보는 고양이, 고마워》는 바쁜 엄마를 대신해 돌보미로 찾아온 고양이가 들려주는 신나고 흥미진진하고 슬픈 이야기를 통해, 사랑하고 배려한다는 것은 무조건 책임지려 하고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도록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일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다.
고양이 돌보미가 들려주는 신나고, 재미있고 가슴 찡한 하얀발, 세모코, 까만눈 삼형제의 이야기!
병원 일로 바쁜 엄마는 시우와 시안이를 위해 돌보미를 요청했다며 전화한다. 그런데 잠시 후 도착한 돌보미는 놀랍게도 꽃무늬 머릿수건을 쓴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이름은 ‘고마워.’ 엄마 없는 집에서 사이좋게 지내는 남매를 칭찬하던 고마워는 신나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한다.
이야기는 다름 아닌 새끼 고양이 하얀발, 세모코, 까만눈, 삼 형제의 이야기다. 세상이 궁금했던 새끼 고양이 셋은 어미 고양이가 밖으로 나간 틈을 타서 골목 탐험에 나선다. 골목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 투성이지만 무서운 것들도 많다. 어미 고양이는 특히 두 발로 걷는 인간은 겉과 속이 다르므로 조심해야 한다며 주의를 준다.
그러던 중 새끼 고양이들은 스타강사 ‘잘들어’가 하는 ‘주인을 만드는 법’에 대한 강연을 듣게 된다. 인간 아이들을 만난 뒤 강연에서 들었던 대로 두 발을 나란히 모으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야옹거리면 정말 맛난 먹이를 얻어먹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후 새끼 고양이는 ‘잘들어’의 열렬한 팬이 되고 강연장마다 따라다닌다.
어느 날 강연장으로 찾아온 어미 고양이는 ‘잘들어’ 강사와 싸우며 이렇게 말한다. ‘고양이는 자존심을 지켜야 하며, 자유를 위해 누구의 눈치도 봐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이미 새끼 고양이들은 인간이 준 매운 음식을 먹고 탈이 난다. 씩씩하던 세모코가 목숨을 잃자 어미는 ‘잘들어’를 찾아가 힘들어하는 하얀발을 살려 달라고 부탁하며 자신의 구역을 내놓는다. ‘잘들어’가 하얀발을 인간의 대문 앞에 내려놓고 울자, 인간은 하얀발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데려가 목숨을 구한다.
남매가 고마워의 이야기를 듣던 중 엄마가 집에 도착하고, 남매는 선물로 멸치 꾸러미를 건넨다. 고마워가 유유히 사라진 뒤 남매는 현관문 앞에 작은 새끼 고양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남매는 엄마를 설득해 집안으로 고양이를 데려오고 하트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아이 돌보는 고양이, 고마워》는 돌봄 노동을 고양이가 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방과 후 엄마가 없는 집에서 아이들이 느꼈을 외로움을 동물과의 교감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 책은 봄마중 출판사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개나리문고> 시리즈로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과 문해력을 길러주는 기획이란다.
이렇게 현실을 반영하는 동화책이라면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고, 엄마가 읽어주기에도 부담이 없을 것이다. 책을 읽고 엄마가 아이에게 더욱더 애정을 기울이게 되는 건 덤이다.
글을 쓴 박채현 작가는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황금펜아동문학상, 한국안데르센상, 청연당 밥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그는 책 소개에서 어린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게 소원이라고 밝혔다.
그림을 그린 이은주 작가는 《똥똥똥 똥깨비 똥 나와라 뚝딱!》, 《거짓 소문을 밝혀라》, 《전설의 다람쥐》,《한국사 재판 실록》 등 언제나 아이들이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