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카카오의 먹통 사태와 관련해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시장 점유율에 따른 독점 문제 등에 개선을 고민할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윤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저는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 사고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시장 자체가 공정한 경쟁 시스템에 의해 자원과 소득이 합리적으로 배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대통령의 발언에 공무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기자가 오전에 받은 안전안내문자에는 과기정통부가 발신한 것으로 카톡 서비스가 복구 중이며, 상세내용은 카톡 상단에서 확인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가 보내는 안내 문자에 사기업의 서비스 내용이 담긴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이러니한 일은 또 있다. 국회는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카카오 먹통에 따른 책임을 국정감사에서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과 친일 논란으로 설전을 벌이던 여야가 같은 목소리를 내다니,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내년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대해도 좋겠다.
물론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의 서비스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먹통 사태를 불러온 화재의 원인과 대응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만약 데이터센터도 국가재난관리시설에 포함했다면 카카오 먹통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정부는 지난 2020년 국가 재난 사태가 일어날 경우 데이터 소실·유출 등을 막기 위해 민간 데이터센터도 '국가재난관리시설 기본계획'에 포함해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입법 추진했다.
개정안은 데이터센터에 재난 또는 서비스 장애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는 정부에 관련 보고를 제출해야 하고, 위반 시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 또는 과태료를 내도록 했다. 또 필요한 경우 정부가 현장 조사에 나설 수도 있게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데이터센터 규제법'으로 불리며 기간통신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 재산권 침해 등 논란을 빚었다. 결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건을 계기로 국회가 ‘데이터센터 규제법’을 재발의해 통과시킬지 주목해야 한다. 국감 현장에 김범수 의장을 불러 여·야가 고성을 지르거나 코미디 같은 상황을 연출하면 제2 제3의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