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작성일 : 23-06-07 09:48
제 56 편 서커스
글쓴이 : 박감독
조회수 조회 : 73

제 56 편

  서커스

  ‘기동차’ 종점이 동대문에 있었다. 오래전에 없어져 지금은 동대문 호텔이 들어섰는데 기동차가 없어지고 한동안 공터로 남아있었다. 어느 날 그 공터에 ‘서커스단’이 들어와 공연했다. 볼거리가 거의 없던 시절에 ‘서커스’라는 볼거리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루는 어머니를 따라 공연을 보러 갔다. 커다란 총천연색 비닐 천막을 사방으로 두르고 하늘 높이 장대를 세워 가설부대를 높이 세웠다. 마치 몽골의 전통가옥인 ‘게르’를 수십 배 크기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하늘에는 만국기가 휘날리고 천막 바깥쪽에는 호랑이, 코끼리, 원숭이 등 동물들이 우리에 갇혀있다. 판자로 얼기설기 엮은 집에는 서커스 단원들이 사는지 여러 살림살이가 빨랫줄 사이로 보였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천막 안은 전면에 무대가 있고 무대 위에는 공중그네를 비롯해 다양한 서커스 도구와 소품들이 있고 무대 바로 앞에는 가마니를 깔아 자리를 만들었다. 가마니 자리 뒤에는 나무 의자와 접이식 철제 의자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잠시 후 악단원이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단원이 몇 명 되지도 않는데 소리는 요란하다. 뭔지 모르는 연주곡 이 끝나자마자 멋지게 차려입은 남자 사회자가 등장하는데 관객들은 누군지도 모르며 열렬하게 손뼉을 쳐댄다. 나도 주변 사람들처럼 손이 아프도록 손뼉을 치는데 아마 관객들은 입장료가 아깝지 않게끔 멋진 공연을 보여 달라는 부탁의 박수였을 것이다.
  사회자는 상투적인 몇 마디 우스갯소리를 하더니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이제 막 돌아온 인기 가수 아무개~~~를소개합니다”
  사회자가 멘트를 날린다.

  당시에는 베트남전이 한창인지라 많은 연예인이 월남을 비롯하여 동남아 공연을 다닌 건 사실인데 ‘서커스’ 공연까지 동남아 순회공연 운운한 것은 많은 과장이었다. 그래도 관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동남아든 아프리카든 개의치 안았다.

  이윽고 등장한 여자가수는 짙은 화장을 하고 팬티가 보일 듯 말 듯한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했다. 젊은 총각들은 휘파람을 부르며 발을 구른다. 순간 비닐 천막 안이 후끈 달아오르는데 악단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시작한다. 노래 솜씨는 어린 내가 봐도 그다지 실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요즘 유행하는 댄스 가스처럼 관능적인 춤으로 관객들을 녹이고 있다. 동네 젊은 남자들은 거의 쓰러질 지경이다. 여가수는 한바탕 천막 안을 휘어져 놓은 후 퇴장하고 이어 등장한 남자 가수는 반대로 젊은 처녀들을 기절시켰다.

 일단 노래로 관객들의 넋을 빼놓은 후 본격적으로 ‘서커스’가 시작되는데 ‘공중그네’, ‘줄타기’, ‘통 굴리기’, ‘불 쇼’, ‘칼 던지기’ ‘마술’ 등등으로 관객들의 손바닥을 땀으로 젖게 만들었다.

  다음으로는 온갖 동물 쇼가 진행되는데 제일 재미있는 건 원숭이가 조련사나 관객을 놀려먹는 거였다. 관객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하는데 원숭이가 관객 중 모자를 쓴 사람이 있으며 모자를 빼앗고 모자를 뺏긴 관객은 돈을 원숭이에게 주면 모자를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깔깔거리며 웃고 돈을 준 관객도 같이 웃으며 즐거워한다.

  공연 사이 막간을 이용해 서커스 공연에 출연했던 단원들이 관객 사이를 다니며 출연자가 나온 사진이나 주전부리를 팔기도 했다. 성인 여자 단원들  은 몸이 다 비치는 야한 옷을 입고 주로 젊은 남자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고 어린아이들은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가 물건을 팔았다. 나이가 들은 관객들  은 공연을 볼 때는 몰랐는데 막상 어린 단원을 가까이서 보면 혀를 끌끌 차고 안됐는지 쌈짓돈을 꺼내 물건을 사준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60년대 중반 ‘서독서커스단’이 장충체육관에서 내한 공연을 했다. 이날은 아버지를 비롯해 우리 집 식구가 전부 관람을 했다. 한국의 ‘서커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공중에서 외줄로 오토바이를 타며 관객들의 애간장을 태우지 않나 묘기, 동물, 마술 등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다. 공연 내내 관객들의 탄성과 감탄을 자아냈던 ‘서독서커스단’은 한국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동네 ‘서커스’부터 외국의 고급 ‘서커스’까지 두루 본 나는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고 산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지방 출신 또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  다 보면 평생 ‘서커스’를 한 번도 못 본 사람도 수두룩이었다. 어쩌다 면사무소 앞마당에서 밤에 “활동사진 ‘을 본 게 전부라고 했으니 서울내기의 문화적 우월함이 내심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은 반대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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