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 편

새점과 뽑기

 동대문 기동차 종점 앞에 매일 나와 앉아있는 ‘새점 할머니’가 계시다. 머리에는 하얀 광목으로 만든 머릿수건을 쓰고 조그만 새장을 앞에 두고는 늘 졸고 있는데 가끔 지나가는 손님이 앞에 앉아 흥정하면 화들짝 놀라 잠이 깬다. 그리고는 새장 문을 살짝 열면 안에 있는 이름 모를 새가 총총거리고 뛰쳐나와서는 문 입구에 있는 종이 하나를 부리로 콕 쪼아낸다. 건네받은 손님이 껌종이처럼 만든 갱지를 펴서 읽다 보면 안색이 좋아지기도 하고 안 좋아지기도 한다.

  주로 어른들이 많이 하는데 미래에 대한 궁금증에 나도 어리지만 두어 번 해봤다. 조심스레 펴서 보면 사실 내용은 별거 아니었다. 나는 그것보다는 새가 도망가지 않고 ‘콕’하고 종이를 찍어 내는 게 정작 신기했다.
  나는 새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간’을 보면 혹시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괜히 입술이 바짝 마르기도 했다.
  성인이 되어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모이와 물로 훈련하고, 아니면 새의 날개 죽지를 일부러 부러뜨렸다는 의심을 지을 수 없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많은 사람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당시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한갓 ‘새’ 한마리에게 운명을 점쳐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뽑기’가 있다. 학교 주변에 조그만 손수레를 개조하여 번데기나 조잡한 물건을 진열해놓고 뽑기를 한다. 번데기의 구수한 냄새와 몇 가지 물건에 현혹되어 돈을 내고 뽑기를 하는데 뽑기 판은 큰 쟁반처럼 생긴 두툼한 종이에다가 이리저리 선을 긋고 원 끝에는 서울, 부산, 대구, 등 지명이 적혀있거나 1원, 2원, 5원 등 금액이 적혀 있기도 하고 번데기 두 봉 등 부피가 적혀 있기도 하다.

  뽑기를 하는 아이는 일정한 돈을 내고 화살을 받는데 볼펜 크기만 하고 끝에는 쇠침이 박혀있다. 다른 끝에는 새의 깃털로 장식되어 있다. 주인이 원판을 세게 돌리면 아이는 요리조리 가늠 후에 힘껏 원판을 향해 화살을 내리꽂는다. 이때 자기가 원하는 것이 나오면 환호를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실망감이 역력하다. 그러나 손님에게 유리한 것은 간격이 아주 좁고 주인에게 유리한 것은 간격이 크다. 그러니 확률적으로도 늘 주인이 이기게 돼 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기롭게 도전하지만 늘 아이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드물게 큰 게 터져주면(?) 구경하던 주변 사람 모두가 마치 자기 일 인양 기뻐한다. 아마 늘 주인에게 진 사람들의 보상심리일 것이다. 아울러 번데기 같은 상품을 조금씩 나누어 먹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여간해선 나오지 않기에 거의 볼일이 없다.

  나는 지금 생각해도 주인이 원판 밑 확률이 적은 곳에는 화살이 박히지 않도록 철판 같은 걸 대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가끔은 화살이 한 번에 안 박히고 튕겨져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 이런 풍경은 지역 축제에서나 어른들을 상대로 한다. 술이 한잔 얼큰하게 오른 어른들은 아마 예전의 추억을 생각하며 열심히 화살을 날리지만 역시 주인이 이긴다. 그러나 뽑기에 져도 그 시절로 다시 갈 수만 있으면 몇 푼 잃는 게 그리 대수겠는가? 이참에 다트 게임기 하나 장만하여 열심히 연습하면 “뽑기”에 성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