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작성일 : 23-05-25 12:59
제 47 편 만화방
글쓴이 : 박감독
조회수 조회 : 95

제 47 편

    만화방

  지금의 만화방은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성인들의 휴게실처럼 바뀐 것 같다. 예전 만화방 혹은 만홧가게는 온통 아이들과 학생들의 차지였다.
  어느 동네마다 적어도 한곳씩은 있게 마련인데 지금처럼 다양한 오락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골목길에서 놀다 지치면 아이들은 으레 만화방에서 하루를 마감하곤 했다.

  대개의 만화방은 아주 허름한 목조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데 시설은 아주 불량했다. 희미한 알전구 밑에서 삐걱거리는 나무 의자에 촘촘히 둘러앉은 아이들은 제대로 씻지 못해 야릇한 냄새가 나기 마련이고 오래된 책에서 나는 종이 냄새와 섞여 만화방 특유의 냄새가 난다.

  만화의 종류는 오래된 옛날 작품과 신작, 무협지나 공상소설, 청춘소설 등의 소설도 함께 비치하는데 만화는 주로 아이들이, 소설류는 주로 중학생 이상의 학생들이 즐겨 읽는다. 주인이 있는 쪽에서는 ‘오뎅’이나 소위 ‘불량식품’ 등을 함께 파는데 이 정도가 되면 비교적 큰 규모이고 대개는 오직 만화만 읽는 공간이다.

  나는 만화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자주 들락거리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가끔 친구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친구는 옛날 작품 시리즈 만화를 잔뜩 빌려 가지고 구석에 처박혀 ‘만화삼매경’에 빠진다. 나는 그 친구의 옆에서 흘깃거리며 같이 보는데 얼마나 보는 속도가 빠른지 책장 넘기는 속도가 눈에 안 보일 정도였다. 아마 그림만 보고 넘기는 것 같았다.

  신작 만화는 옛날 작품에 비해 비싼 값으로 빌려주는데 종이도 깨끗하고 책을 보는 재미가 좋았다. 반면에 옛날 작품 만화는 이런저런 아이들이 워낙 많이 읽어서 표지부터 너덜너덜했다. 주인은 늘 그런 파손된 만화책을 보수하는 게 일이었다.

 종이 질이나 인쇄 상태, 디자인도 조악하고 불량했지만 뭔가 읽을 수 있다는 게 큰 재미였던 거 같다. 가끔 동네 여자아이들이 어린 동생을 업고 나와 ‘순정만화’를 정신없이 읽다가 애가 배고프다고 칭얼대기 시작하면 주변 아이들에게 지청구를 듣는다. 결국, 주인에게 한 소리를 듣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읽다가 기어코 아이를 찾으러 온 엄마에게 들켜 이끌려 나간다.

  내가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작가가 누구인지 내용이 무엇인지는 지금도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대신 집에서 아버님이 사다 주신 일본에서 제작하고 우리글로 번역한 교육용 만화는 많이 읽었다. 주로 과학 관련 만화였는데 인체의 신비나 동물의 세계 등 지금도 기억나는 내용이 많다.

  만화방에서는 일정한 양의 만화를 보면 일종의 ‘쿠폰’을 주인이 주는데 이 쿠폰은 바로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는 권리였다. 텔레비전이 워낙 귀하던 시절이라 시청할 수 있는 권리는 큰 특혜였다. 아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만화방을 들락거린 게 아마도 텔레비전을 보려고 했던 건 아닐까 싶다.

  일정한 양의 쿠폰을 모으면 칸막이가 처진 옆방으로 간다. 그 방도 역시 허름한 나무의자에 조그만 소형 흑백 텔레비전만 덩그러니 놓여있는데 마치 극장처럼 앞에서부터 앉아 주인이 텔레비전을 켜기만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화면이 나오면 프로 레슬링이나 권투 중계 등 스포츠 중계와 서부영화 등이 나온다. 아이들은 화면 내용에 따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그러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야속한 주인은 아이들을 쫓아낸다. 대단한 권력이었다. 당시 아이 중에는 순전히 텔레비전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장래의 희망이 만화방 주인이 되고자 하는 친구도 있었다.

  가끔 학교에서 단속이 나오기도 한다. 아마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위해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단속을 나오긴 하지만 크게 뭐라 하지는 않고 일찍 집에 들어가라고만 한다.

  만화방 한쪽 음침한 곳에서는 불량기 있어 보이는 ‘형’들이 몰래 숨어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이상한 책’을 돌려보며 낄낄거리기도 한다. 신문 등에서 가끔 ‘불량만화척결’ 등의 어려운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기사가 나오는데 어른들이 어깨에 띠를 두르고 만화를 쌓아놓은 후 불을 지르는 사진이 나오는데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지금은 만화산업 육성이다 뭐다 해서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만화가들을 대우하며 관련 산업을 키우려고 하는데 세월의 변화를 새삼 느낀다.
 
  그 시절 음침하며 뭔가 불량스러운 이미지의 만화방이 양지로 나와 산업으로 육성한다니 대단한 역사의 발전이다.
  하긴 나도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지방으로 가려고 하다 시간이 어정쩡하여 근처 만화방을 가봤더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다. 마치 고급 휴게실처럼 꾸며 놓고 다양한 손님들이 편하게 만화를 읽는 모습은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다 모바일이다 뭐다 해서 늘 가까이 만화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니 옛날 만화를 좋아하던 친구는 지금도 만화방을 다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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