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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5-18 09:38
제 44 편 맛있는(?) 불량식품
글쓴이 : 박감독
조회수 조회 : 107

제 44 편

 맛있는(?) 불량식품

  사람 심리는 참 묘하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한다. 아니 기필코 한다.술, 담배, 마약 같은 것들이다. 어른들이 불량 식품을 사 먹지 말라고 하면 더 사 먹고 싶은 게 아이들의 심리다. 요즘처럼 먹고 마시는 게 차고 넘치는 시대가 아니기에 아이들은 늘 입이 궁금하여 ‘뭐 좀 먹을 게 없나?’하고 마치 걸신들린 사람처럼 눈알을 굴리며 주전부리를 찾는다.

  이럴 때 초등학교 교문 앞에 주로 있는 문방구는 불량 식품의 본산지다. 지금도 간혹 초등학교를 지나칠 일이 있으면 눈여겨보는데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는듯하다.

  60년대 중반에는 모든 게 어려웠다. 그전에는 더 어려웠겠지만 적어도 60년대 중반 어린 초등학생의 눈에는 모든 게 부족하고 귀하던 시절이었다.
  제대로 된 제과회사라고는 ‘00제과’ 정도였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이 무슨 용돈이 많아 고급제과회사의 과자를 사 먹을 형편이 되겠는가? 1~2원짜리 군것질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에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소위 불량식품은 생산, 유통, 소비까지 전혀 법의 통제를 받지 않으니 얼마나 비위생적이고 불결하고 엉망이겠는가? 그러나 어린 학생들은 그런 거에 개의치 않는다. ‘없어서 못 먹지’라는 생각뿐이기에 전혀 신경을 안 쓴다. 가끔 있는 집 부모가 자기 자식들은 그런 불량식품을 사 먹지 못하게 단속을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은 그야말로 ‘없어서 못 먹었다.’

  나도 없어서 못 먹는 축에 끼였다. 문방구 또는 구멍가게라 불리는 잡화상에는 없는 게 없는 ‘아이들의 백화점’이다. 장난감을 비롯한 많은 불량식품이 쌓여있는데 50년 후반에 태어난 나와 6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 간에는 주전부리의 질과 종류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몇 년 사이에 더 살기 좋아진 걸까? 내가 기억하는 주전부리는 다음과 같다.

  아무리 빨아도 줄지를 않는 눈*사탕! 이 사탕은 형형 색깔로 만들어져 있는데 주로 과일 향이 나는 첨가제를 섞어 만들었고 단단하기가 돌 같았다. 어린 학생들은 눈*사탕을 입에 물으면 볼때기가 부풀어 올라 말도 제대로 못 하곤 한다. 아침나절에 하나 물고 빨면 과장해서 점심때나 녹을 정도로 단단했는데 간혹 성질 급한 아이들이 깨물어 먹다가 이빨이 빠지거나 깨지기도 했다.

  이보다 작은 알사탕도 있었는데 눈*사탕에 비해 크기가 작아 빨아 먹기에 편했다. 모양도 다양해서 별처럼 만들었다고 해서 별사탕이라 이름 붙여진 것도 있고 무허가 공장에서 제조하다 보니 특별한 상표도 없고 점방에서는 그냥 큰 병 혹은 포댓자루 같은 곳에 넣고 낱개로 팔았다.

  밀가루 과자(비스킷) 등도 있다. 먹으면 재료의 조합이 잘 못됐는지 밀가루 냄새가 많이 나기도 하고 푸석거리고 단맛이 덜해 아이들한테도 싸구려로 취급받고 했다. 날씨가 조금만 습하면 눅눅해지곤 하는데 그럴 때는 차라리 물에 진하게 개서 먹기도 했다.

  한여름에는 음료수를 사 먹기도 하는데 00사이다 같은 고급(?)청량음료는 소풍 때나 먹는 별식이거니와 비싸서 아이들의 용돈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얇은 삼각형 투명비닐 포장으로 1원짜리 음료가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설탕은 워낙 비싼 재료이기에 절대 쓰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단물에 빨갛고 노랗고 파랗게 착색을 하여 파는데 아마 공업용 염료를 쓰지 않았나 싶다. 그러면 바늘 끝으로 비닐 한쪽을 뚫어 ‘쪽쪽’ 빨아 먹는데 더운 여름에 마시면 그런대로 갈증이 해소됐다.
 
  길거리에서는 냉차 장수가 수십여 미터 간격으로 줄을 지어 낡은 파라솔과 유모차보다 조금 더 큰 수레에 큰 투명 플라스틱 통에 얼음을 넣고 ‘보리차’를 판다. 통 바깥쪽에는 빨간 페인트로 냉차 혹은 냉 보리차라고 적고 플라스틱 컵이나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알루미늄 컵으로 한 잔씩 판다. 통 밑으로는 고무호스가 연결돼있고 끝을 구부려 고무줄로 묶어놓고 한 손은 호스 끝에 또 다른 손은 컵을 대고 따르는데 때로는 손님이 더 따르라고 역정을 내도 주인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따른다. 간혹 거리를 지나다 너무 목이 마르면 반컵만 팔라고 하면 마음씨 좋은 주인은 컵에 가득 차게 따라주고 반값만 받는 경우도 있다.
  맥주 등을 담는 참나무통처럼 생긴 것을 옆으로 세운 통이 있다. 거기다 소금과 얼음을 채워서 돌리면 아이스크림 비슷하게 생긴 소위 ‘짝퉁 아이스크림’이 나오는데 이걸 먹으면 단맛보다는 짠맛이 더 나 물을 한 바가지나 먹는다. 또 팥을 약간 섞은 석빙고 ‘아이스께끼’(아이스 케이크)는 다 먹고 난 후 대나무 막대기는 훌륭한 장난감 재료로 쓰인다. 간혹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는 여름 방학을 이용해 나무 상자에 얼음을 채운 후 아이스께끼 장사를 하곤 했다.
   
  학교 담장 옆에는 큰 낡은 우산을 펴놓고 연탄불에다가 ‘뽑기’나 ‘달고나’ 등을 파는 좌판이 있다. 대개 주인은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장사하는데 뽑기는 크기에 따라 돈을 달리 받는다. 쉬운 뽑기는 좀 더 싸고 어려운 뽑기는 더욱 비쌌다. 하지만 어려운 뽑기일수록 경품이 좋아 손재주가 좋은 아이들은 더욱 크고 어려 걸 선택한 후 갖은 정성을 다해 완성하기도 한다. 하트, 별, 동물 등 본인이 선택하는데 주인은 아이들이 선택해준 모양을 철로 만든 틀을 가지고 흑설탕을 녹인 진득한 설탕물에다가 약간의 소다를 섞고 재빨리 돌린 다음 바닥 틀에다 쫙 펼친 후 틀을 올려놓고 찍는다. 이때 주인은 이 꼬마 손님이 잘 뽑을 녀석인가 아닌가를 판단 한 후 평소 잘 뽑는 녀석 같으면 일부러 살살 찍어 뽑기를 어렵게 한다. 프로손님(?)은 척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미간을 찌푸리며 온 신경을 집중해서 뽑기에 열중한다. 그걸 지켜보는 친구들은 마른 침을 꼴딱거리며 지켜보는 데 만약 성공하면 자기가 성공한 것처럼 일제히 손뼉을 치며 환호하다가 실수로 깨지면 모두 탄식을 내뱉는다. 주인의 표정은 아이들과 정반대로 희비가 엇갈린다.
 
  좀 더 적극적인 아이들은 어머니가 쓰는 국자를 가지고 집에서 연습하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될뿐더러 멀쩡한 주걱을 새까맣게 태워 어머니에게 야단을 맞고 알밤을 맞기도 한다.

  ‘달고나’는 컵처럼 생긴 국자 같은 것에다 흰색 포도당 덩어리를 넣고 녹인 후 소다를 넣고 잘 휘저은 다음 식혀 먹는데 성질 급한 녀석들은 먹기에 바빠 간혹 입천장을 데기도 한다. 백색 포도당 덩어리는 시멘트 포장지 같은 누런 종이에 담겨 있는데 공업용인지 식품용인지는 지금도 나는 모른다. 가격에 따라 덩어리의 크기는 다르다.

  그 시절 단것을 먹기가 귀해서인지 나도 많이 먹었지만,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하굣길에 뽑기 장수 주변에는 늘 친구들이 있게 마련이고 꼭 내가 하지 않아도 다른 친구가 하는 뽑기를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유달리 뽑기를 잘하는 친구가 성공하면 구경꾼인 친구들에게도 관전과 응원의 떡고물이 아닌 ‘뽑기 부스러기’라도 얻어먹을 수 있으니까.

  그 시절 못 먹고 어려웠던 시절이 그리워서일까. 지금은 인터넷 쇼핑몰에서까지 ‘추억의 불량식품’ 혹은 ‘추억의 간식거리’란 이름으로 판매가 되고 있으니 역시 ‘추억’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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