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작성일 : 23-05-15 09:41
제 41 편 혼자 이를 빼다
글쓴이 : 박감독
조회수 조회 : 176

제 41 편
                                     
 혼자 이를 빼다

  어릴 적 자란 젖니가 빠질 때였다. 어느 날 이빨이 앞뒤로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조금 흔들리는가 싶더니 어느덧 많이 흔들거린다. 아프기는 했지만 참을 만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이불 바느질할 때 쓰는 튼튼한 실을 실패에서 한 발쯤 꺼내면 이빨 빼기는 준비 끝이다.

  지금도 치과는 가기가 무섭고 두려운데다 좀 아픈가? 그러나 그 시절에는 유치를 뽑기 위해 치과를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그냥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고 통과 의례였다.

  튼튼한 실의 중간쯤을 흔들리는 이에 잡아맨다. 그리고는 눈을 질끈 감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데 이때의 긴장도는 최고조에 달한다. 한 번에 안 빠지 면 어떡하지, 얼마나 아플까라는 생각에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생각도 걱정이다. 어머니가 뭐라고 몇 마디 하시더니 내 이마를 ‘탁’하고 친다. 그러면 반동으로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어머니가 손에 들고 계신 실 가운데 까맣고 누런 이빨이 달려 나온다. 아픈 줄도 모르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면 입안에 침과 피가 함께 고인다.

  나는 이를 손에 무슨 보물인양 들고 수돗가로 가서 입을 헹군다. 몇 번 헹구면 이가 빠진 잇몸이 허전하게 느껴지지만, 며칠 동안 흔들리며 신경 쓰이게 했던 이가 빠져 시원했다.
  이로써 어머니와의 합동 작전으로 발치가 끝났다. 아무 부작용 없이 말이다.

  진짜 재미있는 건 뽑은 이의 처리 과정이다. 어른들이 이걸 잘하지 않으면 새 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여 아이들은 정성을 다해 이 ‘의식’을 한다. 뽑은 이를 지붕 위에다 힘껏 던지면서 까치를 부른다. 까치가 와서 이를 물고가면 새 이가 난다고 해서 나는 열심히 까치를 찾는데 이게 쉬운 일인가. 나는 눈
이 빠지게 까치를 찾지만, 까치는 지붕 위만 빙빙 돌뿐 좀처럼 내려오지를 않는다. 그날 밤 조바심으로 날을 샜지만 그 다음은 포기한다. 어른들은 이 미 까치가 와서 이를 물고 갔다고 했지만 내 눈으로 보지 못했기에 내심 새 이가 나지 않을까 봐 불안하기만 했다.

  주변에 이가 빠진 아이들이 있으면 놀려대는 노래가 하나 있다.
  ‘앞니 빠진 갈강쇠야 우물가에 가지 마라~’라고 놀리는데 사실 자기 이도 빠진 상태로 서로 놀려대며 이 노래를 불렀다.

  나는 이번에는 혼자서 이빨 뽑기를 도전해봤다. 굵은 실은 사용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방법을 조금 달리했다. 내가 스스로 이에다 실을 감고 한쪽 끝을 문고리에 걸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크게 부르면 어머니가 방문을 여는 순간 그 힘으로 이빨이 빠지게 한 것이다. 참 별별 방법을 다 사용했다.

  아이들은 엿을 먹다가 빠지기도 하고 사탕을 깨물어 먹다가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무탈하게 이런저런 부작용 없이 젖니를 잘 빼니 참 신기하다.
 
  위생 상태가 불량해서인지 당시에는 눈에 ‘다래끼’도 많이 났다. 눈가에 염증 같은 게 생겨 발갛게 부풀어 오르고 많이 아팠다. 조금만 만져도 욱신거리고 무엇보다 사물을 제대로 보기가 어려운데다 남한테도 많이 창피하다. 이때 하는‘비법’이 있다. 다래끼가 난 눈의 눈썹을 하나 뽑는다. 그리고 이 눈썹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다 올려놓고 작은 돌멩이를 포개 놓는다. 이 돌을 누군가 발로 차고 지나가면 그 사람에게 옮겨가고 내 눈은 낫는 것이다. 참 나쁜 의식이다. 자기 병을 남이 옮겨가라고 주문을 외우니. 내가 그벌로 그런지 아이일 때는 유난히 ‘다래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종기나 부스럼도 많이 나는 시절이었다. 전반적으로 보건 위생 환경이 안 좋아 감염성 질환이 만연했지만, 종기가 나면 ‘이명래고약’ 한 장으로 끝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집이나 ‘이명래고약’은 상비약이었다.

  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태열’이라는 병을 앓아 온 몸에 종기가 났다고 했다. 그때 누군가가 ‘다이아찡’을 바르면 낳는다고 하여 거금을 들여 미제 ‘다이아찡’을 사서 발랐더니 감쪽같이 나았다고 하신다.
 
  외할머니는 머리가 아프시면 늘 찾는 약이 하나 있다. ‘명랑’이라는 약인데 담뱃갑만 한 크기의 포장에 하얀 가루가 흰 종이에 싸여있는 두통약 이다.
  외할아버님은 평생을 위궤양으로 고생하셨는데 그때마다 ‘소다’를 찻숟가
락으로 드셨다. 어머니는 친정 나들이를 할 때마다 약국에서 ‘명랑’과 ‘소다’를 상자째로 사서 가셨다.

  어려운 시절 이다 보니 몸이 어지간하게 아프지 않으면 민간요법이나 자가 치료를 했다. 그러다 보니 가짜약도 많고 ‘돌팔이’이 많았다. 병을 키워 어쩔 도리가 없을 때가 되서야 병원을 갔다.
  병원이나 의원은 돈이 많은 부자만 가는 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같은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은 지금 만나도 다들 멀쩡하다.

  종로 거리를 걷다 보면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전보 산대(당시에는 전봇대를 그렇게 불렀다.)여기저기에 전단지를 붙여 놨다. 그런데 내용이 좀 민망했다. 임질, 곤지름, 매독 등 어린 내가 봐도 무슨 병인지 아는데 그런 걸 버젓이 붙여 놓고 환자를 유치했다. 아마 성병이 만연하지 않았나 싶었다.
 
  예전을 생각하면 지금의 의료 기술이나 위생 관념은 격세지감이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과 약국을 순례한다. 인터넷 상의 온갖 의학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더 많이 아프고 없던 병도 생기고 골골댈까? 아무래도 건강염려증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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