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작성일 : 23-03-30 09:43
제 17 편 막내 태어나던 날
글쓴이 : 박감독
조회수 조회 : 455

제 17 편

막내 태어나던 날

  내 밑으로 다섯 살 터울의 막내 남동생이 있다. 나는 우리 집 막둥이가 태어난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이다. 포천 외가에서 외할머니가 오셨다. 어머니가  출산일이 가까워지자 딸의 해산 뒷바라지를 하시려고 오신 것이다. 

  당시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병원이나 의원이 아닌 집에서 아기를 낳았다. 우리 집 다섯 자식 모두가 집에서 태어났다.
  시간은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낮부터 진통이 시작된 어머니는 안방에서 신음을 크게 내시고 외할머니와 산파 아주머니가 연신 부엌을 들락거리며 어머니에게 뭐라 하신다. 아버지는 출근을 하셨고 바로 밑에 동생들은 올망졸망 마루에 있었다. 외할머니는 나를 비롯한 동생들을 건사하랴 딸인 어머니의 해산을 도우랴 분주하셨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어머니는 이미 네 명의 자녀를 출산한 베테랑(?)답게 큰 고통 없이 순산을 하셨다. 나는 안방에서 마루로 난 창호문의 종이를 손가락 끝에 침을 발라 뚫고는 안방의 광경을 지켜봤다. 김이 많이 나는큰 대야에는 이미 태어난 막내가 담겨 있고 외할머니가 아기를 씻기고 계셨다.
  ‘아들’이었다.
  산파 아주머니는 어머니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고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 큰 대야에 담긴 막내는 울음을 터트리며 버둥거리고 있다.

  우리 집에서 다섯째가 태어난 것이다. 내 위로 누나와 여동생 둘을 낳고 두 번째 ‘아들’이자 막내가 된 것이다. 요즘 고령화 문제와 저출생 문제로 온통 나라가 시끄럽다. 인구소멸 위기가 왔는데 불과 50여년 전에는 누구집 할것 없이 자식들이 많았다.
  나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남동생이 태어난 것이 마냥 좋기만 했다. 외할머니는 부엌에서 이미 펄펄 끓고 있는 미역국을 한 대접 들고 방으로 들어가시고 연신 무사히 출산한 딸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하시며 싱글벙글하셨다.

  막내는 연신 울고 있다. 어느덧 산파 아주머니가 돌아가시고 내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땀에 푹 절은 어머니가 나를 보시더니 빙그레 웃으시며 아기를 한번 보라 한다. 이제 갓 태어난 동생은 얼굴이 빨갛게 부어있어 제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예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장난감 아기 인형이 숨 쉬는 것 같다.

  아버지가 퇴근 후 집에 오셨다. 아버지는 막내를 보시곤 연신 입가에 미소를 띠신다. 나는 당시에 몰랐지만 막내는 자랄수록 아버지를 빼다 박았다. 나는 어머니를 많이 닮았는데 아마도 아버지께서는 당신을 쏙 닮은 막내가 예쁘기 그지없으셨던 모양이다.

  다음 날 아침, 아버지가 어디서 구해 오셨는지 ‘금줄’을 만들어 대문 앞에 달고 계셨다. 금줄’은‘인줄’이라고도 했는데 우리 집에 아기가 태어났음을 알리는 표식이었다. 
  어느 집이든지 아기를 낳으면 대문 위에다 새끼줄을 걸고 숯과 빨간 고추를 끼워놓아 걸어둔다. 딸을 낳으면 숯만 끼워놓고 아들이 태어나면 숯과 빨간 고추를 끼워 놓았다.
  아버지는 대문에 ‘금줄’을 달면서 연신 즐거운 표정이셨다. 지금이야 딸, 아들 구별 않고 출산의 기쁨을 같이 하지만 그 당시에는 있는 집, 없는 집, 가리지 않고‘아들’타령을 했다.

  ‘금줄’이 둘러치면 동네 사람들이나 손님들도 삼칠일, 즉 이십여 일 동안은 출입을 삼갔다. 소위‘부정’을 탄다고 해서 집안 식구들은 상갓집도 방문해서는 안됐다. 지금은 아무리 둘러봐도‘금줄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지금 생각해봐도 우리 선조들의 현명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위생 관념 없이 하는 출산과 온갖 질병이 나돌던 시대에 출산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아무나 들이지 않고 나름 감염을 막으려고 ‘금줄’을 만들어 출생의 기쁨을 널리 알리고 감염을 예방하려고 했던 것일 것이다.

  막내의 출생 후 늘 오던 손님들이 거짓말처럼 발걸음이 없다. 대문에 둘러진 "금줄" 을 보고는 발걸음을 되돌려 간다. 대신 정히 급한 볼일이 있으면 대문 밖에서 이야기를 하고 갔다. 가까운 인척들은 미역과 쇠고기 등을 놓고 가기도‘하고 기저귀에 쓰라고 광목을 놓고 가기도 했다. 자주 오던 ‘거지’도 ‘금줄”이 쳐진 동안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한참을 그렇게 어머니의 해산 뒷바라지를 돌보고는 포천으로 가셨다. 막내는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 주었다. 자랄수록 아버지를 쏙 빼다 박아 동네에선 ‘작은 석호’라고 불렀다. 부친의 함자가 ‘박자 석자 호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막내가 걸어 다니고 뛰어다닐 때쯤에는 같이 놀 ‘파트너’가 생겨 심심치 않았다.

 지금 막내는 부모님의 기대와 형제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자라주어 모 유명 사립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랑스러운 내 막냇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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