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작성일 : 23-02-16 10:24
제 4 편 유명인을 보다
글쓴이 : 박감독
조회수 조회 : 330

제 4 편

유명인을 보다


  코미디언 서영춘. 당대 최고의 스타이자 지금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최고 연예인 중의 한 분이다. 지금도 많은 후배 코미디언들이 패러디하는 영원한 희극인인데 나는 이분과 한참 대화를 나누고 용돈을 받은 믿기지 않는 일을 경험했다.
  1969년 서영춘 선생은 큰딸 서현선을 출산하러 이대부속병원에 오셨다. 나는 당시 5학년을 다니고 있어 세상 돌아가는 모양은 얼추 알고 있었다.
  그날도 병원 큰 공터에서 놀고 있는데 외국제 승용차가 들어왔다. 승용차 보기가 쉽지 않던 시절에 그것도 외국제 승용차가 들어오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나중에 서 선생 본인이 이야기하길 ‘링컨 스테이션 왜건’이라고 하셨다. 길 다란 차체에 트렁크 대신 적재함이 있고 차 옆으로는 갈색 나무 같은 걸로 덧대 한결 멋있었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당대의 ‘슈퍼스타’ 서영춘이었다.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나 ‘살살이’ 서영춘을 직접 보다니 그것도 나 혼자서… 서영춘 선생은 ‘살살이’라는 별칭이 더 어울렸다. ‘막둥이’ 구봉서, ‘비실이’ 배삼룡 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촌아이들처럼 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서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서 선생님은 나를 보더니 손을 번쩍 들고 특유의 웃음을 보이셨다. 어른에게는 무조건 인사부터 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터라 인사를 했더니 반갑게 답례를 해주신다. 나보고 어디 사느냐고 묻더니 병원에 살고 있고 아버님이 병원에 근무한다니까 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셨다. 나는 신이 나 병원에 대해 뭘 얼마나 안다고 아는 체를 했다. 나는 어떻게 오졌냐고 어린이답지 않게 점잖게 여쭈었다. 
  선생께서는 오늘 아기를 낳으러 왔다고 하신다. 그 아이가 바로 1969년에 태어난 ‘서현선’이다. 세상에서 제일 바쁜 유명 연예인이 한가롭게 병원 큰 마당에서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꿈인지 생시인지 나도 헷갈릴 지경이다.  서 선생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별로 기억은 없다. 생각해 보나 마나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들으라는 공자님 말씀이었겠지만. 그러더니 시계를 보시더니 이제 애가 나올 때가 된 것 같다고 하시고는 위로 올라가셨다.
  나는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가 어머니에게 말씀드리니 어머니도 호기심을 보이시며 나오려 하신다. 아이나 어른이나 유명인에게는 약한 모양이다. 다음 날 서 선생님이 다시 오셨다. 역시 혼자였다. 내가 잽싸게 큰 마당으로 올라가니까 선생님도 알은 체를 한다. 오늘 아기를 데리고 퇴원하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신 후 본인이 연기하는 것 중의 하나인 ‘사팔뜨기’ 흉내를 내며 나를 웃겼다.
  그러시더니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시는데 상당히 많은 금액이었다. 나는 어머니에게도 알리지 않고 한 달 이상을 잘 먹고 잘 쓰고 했으니 꽤 큰돈이 었으리라. 저녁에 집에 오신 아버지에게 서영춘과의 일을 말씀드리니까 그렇잖아도 예쁘고 건강한 아기가 잘 태어났다고 하신다. 용돈 받은 이야기는 안 했다.    만약 이제 2세인 서현선 씨를 만나면 아버지와의 관계를 꼭 말해줘야겠다. 아쉬웠던 건 ‘사인’하나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것이다.
  그 보다 몇 해 전 역시 동대문 이대부속병원이다. 당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천재 소년’ 김웅용 군이 아버지와 함께 병원에 온 것이다. 웅용의 동생을 보기 위해서다. 웅용 이의 아버지는 당시 대학교수라고 하는데 그냥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보였다. 그러나 웅용이는 옷을 잘 차려입고 예쁘장하니 귀엽게 생겼다. 그래 봐야 나하고 4살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나는 초등학생이고 웅용이는 아직 미취학 상태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는 한참 어린 동생으로 보였다. 웅용이의 아버지는 자기 자식을 자랑하고 싶었는지 나에게 웅용 이를 아느냐고 물어보신다. 나는 이미 소년신문을 정기 구독하고 있기에 당연히 안다고 대답을 하니 저 애가 ‘천재 소년’ 김웅용이란다. 나는 놀라서 다시 한 번 유심히 보는데 일반 아이들하고 전혀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시큰둥하니까 아버지가 웅용이를 불러 나를 인사 시킨다. 너보다 형이라고 하면서 인사를 시키는데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아이였다.
  모래성을 쌓기도 하고 의자 위를 폴짝거리고 뛰어다니는데 천재성은 고사하고 그냥 또래의 아이였다. 웅용이의 아버지는 내가 실망하는 눈치가 역력하자 갑자기 아이에게 내가 알 수 없는 이상한 문제를 내더니 풀어보라고 한다. 순간 웅용 이의 안색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더니 그냥 가버렸다. 이때 아버지의 말씀이 걸작이었다. 쟤가 오늘은 기분이 별로인 모양이라고 하시는데 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후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나는 웅용이 아버지에게 건방진 말씀을 드렸다.
  “에이~ 더 커봐야지요. 지금 알겠어요?”
  순간 웅용이 아버지의 황망한 표정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결국, 웅용이는 많은 사람의 기대(?)에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이 후에 웅용이는 미국에서 공부한다는 등 잊혀져 가는 “천재“가 되고 말았지만 지금은 성인이 되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한다. 혹시 세간의 주목을 너무 받거나 부모의 기대가 커서 한 아이의 행복추구권을 방해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평범하게 사는게 제일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웅용이의 천재성은 사회가, 아니면 주변에서 망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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