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편
제기차기와 새총
겨울에 주로 하는 사내 아이들의 놀이 중 ‘제기차기’가 있다. 제기는 엽전 모양의 구멍 뚫린 쇠붙이를 이용하여 종이 혹은 비닐로 만든다. 문방구에서 제품으로 팔기도 했다. 노는 방법은 ‘땅강아지’라고 해서 한발은 땅을 딛고 다른 발은 땅에 뗐다 하면서 발 안쪽 모서리로 차는데 제기차기의 기본이다.
‘헐렁이’는 차는 발이 땅에 닿지 않고 계속 치는데 조금 난도가 있어 아무나 못 찬다. ‘양발 차기’가 있는데 우리는 상스럽게도 ‘의지 자지’라 불렀다. 양발을 번갈아 가며 차는데 놀이 시작할 때 처음부터 횟수를 순서대로 정하고 했다. 나는 이상하게 제기를 잘 못해 늘 ‘쫑’을 당했다. ‘쫑’은 일종의 술래다.
동네 여자아이 중에 제기를 참 잘 차는 아이가 있었다. 나하고 편을 이루면 인상부터 쓰며 싫은 기색이 역력하였다. 지금은 할머니가 돼 있겠지만 아직도 제기를 잘 차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요즘 아이들도 제기를 찰 줄 알고 놀 줄 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대나무로 ‘활’을 만들어 놀기도 했다. 누군가 쓰다 버린 대나무 우산대를 가지고 사 분의 일로 자른 후 튼튼한 실로 양쪽 끝을 묶은 후 잡아당기면 대나무의 탄성을 이용한 훌륭한 놀이기구가 된다. 주로 골목길에서 ‘전쟁놀이’를 할 때의 ‘주무기’였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무기가 또 있으니 ‘새총’이었다. Y자 형태의 나무를 찾아 잘 다듬은 후 튼튼한 노란 고무줄로 벌어진 나무 양쪽을 묶고 어머니가 쓰다 버리신 ‘가죽 골무’를 잘라 구멍을 낸 후 고무줄에 묶으면 역시 훌륭한 ‘무기’가 된다. 새총에 사용되는 ‘실탄’은 작은 돌멩이를 쓰거나 공기놀이하는 여동생의 공깃돌을 훔쳐 놀다가 동생이 떼를 쓰며 울면 어머니에게 야단을 맞기도 했다. 동네 골목길에서 잘못해서 유리창을 깨기도 하여 어른 들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여름에는 ‘물총’을 갖고 놀기도 하는데 대나무 마디와 마디 사이를 자른 후 한쪽 마디는 작은 구멍을 뚫어 물이 배출되도록 하고 뚫린 마디 쪽에 가늘고 긴 대나무 끝을 헝겊 등으로 감은 후 이를 피스톤 삼아 상대방에게 물을 쏜다. 여유가 있는 집 아이들은 문방구나 장난감 가게에서 고무로 만든 권총처럼 생긴 물총을 사서 자랑을 한다.
요즘 아이들이 아는지 모르지만 ‘탱크’라는 장난감이 있다.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형이 있는 집에서 만들어 주는 데 집에서 쓰던 나무 ‘실패’ 가운데다 양초를 꽉 낀 후 양초 구멍 사이에 노란 고무줄을 집어놓고 그 끝에 나무젓가락을 감아 한참 돌린 후 바닥에 내려놓으면 고무줄이 풀리며 실패를 앞으로 나가게 한다. 서로 누가 멀리 가나 경쟁도 하는데 실이 잔뜩 감겨있는 멀쩡한 실패에 실을 다 풀고 만들다 어머니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그 시절에는 적응력이 참 뛰어났던 것 같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집 안이나 바깥이나 가리지 않고 동네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뛰어놀아도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씩씩하게 자랐는데 지금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니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부모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