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작성일 : 23-05-26 09:02
제 48 편 말뚝 박기
글쓴이 : 박감독
조회수 조회 : 59

제 48 편

  말뚝 박기
 
  그 시절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 집에 오기 무섭게 가방은 냅다 팽개치고 동네 골목길로 뛰쳐나간다. 엄마나 누나, 형들이 뭐라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집에 있으면 나가 놀라고 어른들이 성화다. 하긴 학원이 있나, 컴퓨터가 있나 좁은 집구석에 있어봐야 공부 말고는 별로 할 것도 없으니 나갈 수밖에 없다. 집 밖만 나가면 아이들 천지다. 집집이 또래 아이들이 많게는 대여섯 적어도 서너명씩은 있게 마련이니까 놀 거리는 천지다.

  서로가 알아서 나이 별로, 남녀 별로 짝을 이뤄 놀기 마련인데 계절과 장소 그리고 놀이기구가 있나 없냐에 따라 다르다.

  남자아이들이 별다른 기구 없이 놀기 좋은 것은 ‘말뚝박기’ 라는 놀이인데 점잖게는 ‘목마타기’라고 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상스러운 표현이지만 ‘ㅈ박기’라고 불렀다.

  우선 ‘덴치’(일본어로 위,아래)라고 하여 10여 명 정도가 구령에 맞춰 손을 앞으로 낸다. 이때 손바닥과 손등을 낸 아이들끼리 편을 이룬다. 그리고는 양편의 대표가 나와 ‘짱깨뽀’(가위바위보)를 한다. 이때 진편이 술래가 되는데 주로 ‘짱깨뽀’를 잘 하던가 또는 힘이 센 대장이 담벼락이나 나무에 등을 기댄다. 그러면 나머지 아이들이 차례대로(대체로 나이 먹은 아이들) 대장의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집어놓고 허리를 수그린다. 계속해서 남은 아이들이 이런 자세로 앞사람의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는다. 보기가 민망한 자세다.
 
  이런 모습이 갖춰지면 이긴 편 아이들이 한참 뒤에서 뛰어 나와 올라탄다. 맨 먼저 올라탄 아이와 술래 아이는 ‘짱깨뽀’를 해서 이기는 팀이 계속 올라탄다. 짓굿은 아이들은 올라 타면서 온몸을 다해 ‘꽝’하며 올라타는데 아이의 무게에 못 이겨 쓰러지면 ‘짜부’라 해서 다시 탄다. ‘짜부’ 난 아이는 같은 편 아이들에게 온갖 지청구를 들어야 했다. 물론 짱께뽀를 해서 진 아이도 같은 편 아이들에게 온갖 욕을 들어야 했기에 짱께뽀를 할 때는 엄청난 긴장을 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 올라탄 아이는 어떠하든지 시간을 끌어 ‘짜부’
가 나도록 유도한다. 만약 올라탄 아이 중에 누구 하나라도 발끝이 땅에 닿으면 순서가 바뀐다. 올라탄 아이들은 마치 고목에 매미 달라붙듯 등을 꼭 부여잡고 버틴다. 이 놀이를 하려면 인원도 제법 있어야 하고 맨땅에 비교적 넓은 마당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곳도 없으려니와 우선 아이들도 없
다.
 
  ‘다마치기’(구슬치기)는 두 명 이상의 아이와 웬만한 공간만 있어도 바로 놀 수 있는 흔한 놀이었다. 땅에 삼각형을 그려 그 안에 구슬을 모아 놓고 구슬을 던져 맞혀서 빼 먹는 놀이는 ‘알빼기’ 또는 '깔빼기'라고 불렀다.

  놀이 방법은 두세 명이 ‘가위바위보’를 하여 진 사람이 구슬을 던져놓고, 이긴 사람은 가운뎃 손가락 손톱과 엄지손가락 바닥으로 자기 구슬을 퉁겨서 상대 구슬을 삼각형 밖으로 밀쳐내면 상대 아이의 구슬은 자기 것이 되고, 계속할 수 있으나, 실패하면 차례가 바뀌어 상대 아이의 공격을 받는다.

  또 다른 놀이는 땅바닥에 몇 개의 구멍을 파놓고, 구슬을 퉁겨 차례로 넣는 방법으로, 한 지점에서 구슬을 퉁겨 단번에 넣지 못하면 다음 사람의 차례로 바뀐다. 이렇게 하여 몇 개의 구멍에 구슬을 먼저 넣고 원래 자리에 돌아오는 사람이 이긴다.  우리는 이런 놀이를  ‘알령구리’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구슬치기를 별로 좋
아 하지 않던 나는 놀이 이름이 가물거린다.

  구슬의 종류와 크기도 다양하다. 투명한 유리알, 색이 들어간 색구슬, 비싸게 쳐주는 ‘아이노꼬’라는 색이 다양한 구슬, 쇠구슬(베어링) 등이 있다. 아이들끼리 등급을 매겨 비싸고 귀한 것과 아닌 것의 가치가 달랐다. 구슬을 많이 가진 아이는 자연스레 친구도 많았다.

  구슬치기도 지금 도시에서는 맨땅이 없어 하기 힘들다. 같이 놀아줄 아이들도 없지만 노는 방법도 잘 모를 것이다.
   
  ‘딱지치기’는 아이들이 각자 집에서 달력이나 잡지 표지 같은 비교적 두툼한 종이를 접어서 만든다. 이걸로 땅바닥에 놓은 후 상대방 딱지를 세게 내리쳐서 뒤집어지면 따먹는 놀이다. 이 놀이도 종류와 크기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데 서로 적당하다고 생각되면 바꾸거나 따 먹을 때 수량이 달라진다. 얼마 후에는 인쇄된 딱지가 나왔는데 인쇄된 별의 숫자나 군대 계급이 있어 서로 동시에 뒤집어 계급이 높거나 숫자가 많으면 따먹는 놀이다.
  이제는 추억의 놀이가 돼버리고 지금 아이들은 딱지를 접을 수 나 있는지 모르겠다.

  여자 아이들은 주로 고무줄 놀이를 한다. 검정 고무줄의 양쪽을 술래가 된 아이가 잡고 그 높이대로 순서별로 노래를 부르며 일정한 동작으로 발목부터 머리끝 가지 올라가며 노는 놀이다. 이때 동작이 틀리거나 줄을 잘못 밟으면 탈락이 되고 나중에 술래가 된다.

  짓 굿은 남자 아이들이 몰래 여자 아이들의 뒤에 가서 고무줄을 끊어버리면 여자 아이들이 마구 소리를 지르며 대든다. 좀 왈왈대는 여자 아이는 고무줄을 끊은 남자 아이들 쫓아가 싸움이 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고무줄을 몇 번씩 이은 흔적이 다반사다.

  조금 머리 굵은 남자아이는 여자 아이들이 폴짝폴짝 뛸 때마다 치마가 올라가 속옷이 보이면 뭐라고 놀리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얌전한 여자아이는 폴짝거리며 뛸 때는 손으로 치마를 잡고 뛰기도 한다.

  ‘공기놀이’도 주로 여자아이들이 모여 놓는다. 깍두기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다섯 개의 돌을 가지고 일 년부터 꺾기까지 전 과정을 실수 없이 하면 꺾는 공깃돌 숫자만큼 점수가 올라간다. 공깃돌도 종류가 여럿 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빨간 벽돌을 잘 갈아서 만든 공깃돌이다. 한참 후에 제품으로 나온 공깃돌이 있지만, 예전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우리나라 여성들이 손재주가 좋은 건 어릴 적부터 공기놀이를 통해 손의 감각을 익혀서라고 나는 지금도 확신한다.

  남자, 여자아이들이 같이 놀 수 있는 놀이도 여럿 있다. “술래잡기”, “다방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사방치기” 등이 있다.
  조금 어린 아이들은 술래잡기를 주로 하고 조금 더 큰 아이들은 다방구를
많이 한다.

  다방구는 나무 등에 진을 정한 후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달아나서 숨는다. 술래가 숫자를 세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을 찾아내서 붙잡는데, 이때 술래에게 조금이라도 몸이 닿으면 정해진 나무에 줄을 서야 한다. 여러 아이가 잡히면 먼저 잡힌 사람의 손이나 어깨를 잡고 있다. 이때 술래에게 잡히지 않은 아이가 술래 몰래 손을 갖다 대주면 모두 풀려난다. 이때 뭐라고 하는데 아마 ‘야도’(우리 집이라는 뜻의 일본어)라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다방구의 어원은 그때는 몰랐으나 성인이 되어 뜻을 찾아보니 ‘다방구(모두 다 열렸다)라는 일본말로 굳어져 근래까지 이어진 것이라 한다.

  ‘사방치기’는 남녀 아이들이 같이 놀던 놀이인데 평평한 마당에 네모꼴의 금을 긋고 호떡 크기만 한 납작한 돌을 던진 후 이 돌을 한 발로 쳐 다음 선으로 이동해 나가는 놀이이다.

  그러나 요사이 어디를 가도 통 이런 놀이를 보기 어렵다. 아이들이 노는 방법을 잊어버렸는지 아니면 같이 놀 친구들이 없어서인지......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학원을 뺑뺑이 돌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골목이
나 마당에서 노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아이들이 측은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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